현대사회와 성인학습의 필요성

● 성인학습의 필요성

 

 학습은 결코 진공상태에서 일어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학습을 요구하거나 필요로 하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적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어느 시대에서나 학습에 대한 수요가 있으며, 학습기회를 공급하는 측이 있었습니다. 이는 사회의 기본적인 특징이기도 합니다. 오늘날의 사회를 평생학습사회라고 하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라도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된 사회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언제라도, 어디서라도, 누구든지 배우지 아니하고서는 현대사회에서 올바르게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사회는 그 구성원들의 요구 충족은 물론 그 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여러 학습기회를 체계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제반 노력을 강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평생학습사회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개인들의 평생학습을 축으로 형성됩니다. 평생학습은 문자 그대로 개인의 전 생애에 걸친 학습을 의미합니다. 학습이라는 것이 원래 경험을 통하여 행동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굳이 '평생'이라는 말을 학습이라는 용어 앞에 붙이지 아니하여도 학습 그 자체는 평생에 걸쳐 진행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습이라는 용어 앞에서 평생이라는 말을 덧붙이는 까닭은 종래의 학습이란 개념이 학교 중심의 교육체제 즉, 공급자 중심의 교육 구조하에서 교사가 일방적으로 주도하여 가르치고 학습자는 그냥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교육 - 학습의 개념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고자 한다는 데 그 주된 의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평생학습은 단지 학습의 기회를 평생에 걸쳐 확대한다는데 그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종래의 교육 - 학습이 간과하여 왔던 학습활동의 자발성과 계속성을 강조한다는 데 그 의의가 있는 것입니다. 이를 가장 단적으로 잘 표현한 것이 바로 유네스코의 평생학습에 대한 개념 규정입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평생학습은 기존 교육체제의 재구조화와 교육체제 외보의 교육 잠재력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전면 계획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계획 내에서 개인은 사고와 행동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서 자기 교육의 대행자가 됩니다. 교육과 학습은 평생을 통해 확대되어야 하고 모든 기술과 지식을 포함해야 하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하고, 모든 사람들의 완전한 인성개발이 가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

 

 이와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 평생학습은 포괄적인 교육 이론과 개혁안을 제시하고 있는 용어로써, 성인교육의 완전한 잠재성 실현을 위한 지적인 정당성과 행동계획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족의 교육체제를 개편하기 위한 새로운 이념으로 대두된 평생학습이라는 용어는 한편으로는 기존의 교육체제를 전면적으로 개편할 것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교육과 학습의 계속성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제까지 교육의 현장에서 소외되어 왔던 계층인 성인의 학습활동을 체계적으로 재구조화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는 데 그 의의가 있습니다. 이제 성인의 학습활동이 일반인들에게 널리 회자되고 있고, 그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평생학습이라는 용어는 그 소임을 다한 듯 유럽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성인학습이라는 용어가 더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평생학습사회의 실현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성인의 학습 활동이 어떤 형태로든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종래의 평생학습론 내지 평생 교육론의 주요 골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성인학습은 1997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성인교육에 관한 세계 제5차 대회의 결의문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바와 같이 '학습자 개인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시켜 주는 수단이며, 삶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 도구' 로서 개인의 전 생에를 통하여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성인의 학습활동이 새롭게 부각된 이유로서는 여러 요인들을 지적할 수 있으나 여기에서는 성인 인구의 증대와 같은 인구통계학적 요인, 경제의 세계화, 테크놀로지의 변화, 일반 조직의 영향 등과 같은 요인으로 나누어 제시하고자 합니다.

 첫째, 성인 인구의 증가와 그에 따른 학습요구의 증대입니다. 이제 대부분의 선진국들과 일부 개발도상국에 있어서는 아동, 청소년 인구보다도 성인 인구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점차 성인후기 연령에 해당하는 자들이 비중이 증대되고 있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들 증대된 성인 인구는 과거의 세대보다 훨씬 더 많은 교육을 받은 세대이기도 합니다. 이전에 받은 교육정도(혹은 수준)가 성인의 학습활동에 대한 참여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성인 인구 그 자체가 증가하는 것과 그들의 교육 수준이 높다는 것은 곧 성인학습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중요한 사회적 요인이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새롭게 변모된 경제구조입니다. 이제 한국사회의 경제문제는 세계의 경제문제와 고립시켜서 논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미연방 은행의 금리 문제, 뉴욕의 주식시장, 벨기에의 다이옥신 파동, 발칸반도의 전쟁, 일본 엔화의 강세 혹은 약세 등이 곧바로 한국의 주식시장은 물론 한국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자본의 세계화 과정에서 IMF 사태를 맞이한 한국의 경우는 더욱더 세계경제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한국의 사기업은 물론 공공 기관에서조차 구조조정이나 조직개편 등과 같은 명목 하에 대량해고를 자행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제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먼 옛날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따라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성인들은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으며, 이것이 곧 성인학습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셋째, 테크놀로지의 변화입니다. 현대사회에서 금세기 동안 진전된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전은 일의 주체 세력을 산업 노동자에서 서비스와 지식노동자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일터에서의 신체적 기능발휘를 기본 중심으로 하던 일들이 이제는 대뇌의 기능발휘를 주축으로 하는 일들로 대체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즉, 금세기에 전개된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달은 결과적으로 한 사회의 인력구조를 변화시키고, 기술우위사회의 대두를 앞당기는 데 충분하였습니다. 기술우위사회에서의 시민들은 어떤 교육적인 틀에서 배우고 익힌 지식에 대하여 결코 만족하거나 안주할 수 없고 더 높은 수준의 전문지식을 배워야만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됩니다. 이와 같은 요인들은 결과적으로 일터에서 요구하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습득 요건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한 사람들에게 직업전환을 하도록 만듭니다. 직업전환이 여의치 못한 경우에는 기술적인 실업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산업 ∙ 과학기술의 발전이 국가의 경제발전에 필수 불가결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승하는 산업기술의 발전을 제대로 쫓아오지 못하는 기술적 폐멸로 인한 실업을 방치할 수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 사회의 인적자원개발(HRD)은 그 사회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과업으로 대두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성인들은 오늘날과 같은 기술 우위 시대에서 조직으로부터의 고용관계 형성과 유지를 위해서도 계속해서 학습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넷째, 급속한 변화를 특징으로 하는 현대사회의 발전은 모든 조직의 끊임없는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조직의 기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물적 자원, 제정적 자원, 그리고 인적 자원의 세 가지 가운데, 앞의 두 가지는 비교적 변화되지 않고 영속적인 상태로 그대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물질 ∙ 재정적 자원의 한계성을 극복할 수 있는 최적의 돌파구는 인적 자원을 최대한으로 개발하는 길이라는 사고가 점차 보편화되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어 따라 공 ∙ 사립 기관이나 조직에 고용된 성인들은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 계획된 교육 프로그램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사적인 부문에서 조직적인 종업원 개발 프로그램들은 궁극적으로 보다 큰 이윤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공적인 부문에서는 대중에 대한 서비스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레프브레는 어떠한 조직이든지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자원인 인간과 돈이 필요하다. 인간자원은 아이디어와 기술적 전문적 능력 및 노하우를 위한 자원이며, 돈은 토지와 건물, 장비 및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기 위한 자원이다'라고 지적하였습니다. 따라서 조직은 조직의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인적 자원을 개발하는 데 노력을 경주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습니다. 이에 다라 학습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의 노력이 학습조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조직에 속한 성인들은 자의든, 타의든, 간에 조직을 통하여 일정량의 학습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으며, 조직 그 자체가 학습을 해야만 하는 시대로 접어들게 된 것입니다. 즉, 학습조직이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학습조직은 1980년대에 변화와 생존의 필요성으로부터 형성된 개념으로 '늘 새로운 학습을 일상적으로 되풀이함으로써 위기상황이든 아니든 관계없이 자기 변화가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상태에까지 이른 조직'이라고 정의되기도 합니다.

 학습 조직론의 선구자인 셍게는 일반 기업체 등과 같은 조직에서 학습조직이 필요한 이유로서 1. 탁월한 성과를 위하여, 2. 품질향상을 위하여, 3. 고객만족을 위하여, 4. 경쟁우위를 위하여, 5. 활기차고 주인의식 있는 인력양성을 위하여, 6. 성공적인 변화를 위하여, 7. 진실을 위하여, 8. 시대가 요청하기 때문에, 9. 세계는 상호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10. 학습하는 그 자체를 원하기 때문에 등과 같은 10가지 요인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종래에는 생산 중심 사회였으나 탈산업 사회로 대표되는 오늘날의 사회는 서비스 중심 사회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각 기업은 생산품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는 물론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제고하고, 노동자의 책임감과 팀워크를 강화하기 위하여 종업원들에 대한 총체적 질 관리 차원에서 그들의 학습역량을 결집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실제로 그것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상과 같은 현대사회가 처한 제반 요인으로부터 성인학습이 필요하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성인의 학습 참여율이 과거에 비하여 월등히 증대되고 있습니다.